상담을 받아야겠다 싶은데예약을 계속 미룬다면
예약을 몇 달씩 미루는 것은 대개 게으름이 아니라, 아직 꺼내기 두려운 이야기가 하나 있다는 신호입니다.
센터를 검색하고 후기를 읽고 예약 화면까지 들어갔다가, 이름을 적는 칸에서 손이 멈춘 적이 있을지 모릅니다. 다음 주에 하자며 창을 닫으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지고, 그렇게 몇 주, 몇 달이 지나갑니다. 그러고 나면 스스로를 게으르다고 여기기 쉽습니다.
미루는 일은 보통 의지 문제로 설명됩니다. 그런데 관심 없는 일을 두 달씩 붙들고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미루는 사람은 그 일을 아주 오래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시간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시간이 아니라, 무언가가 들어오려 하고 동시에 무언가가 그것을 막고 있던 시간입니다.
정신분석에서는 이것을 저항이라고 부릅니다. 처음에는 상담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프로이트도 나중에는 그 걸림돌이 무엇을 막고 있는지 보는 일이 상담의 중심이라고 고쳐 말했습니다. 나를 멈춰 세우는 힘은 나를 게으르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직 감당할 준비가 안 된 무언가 앞을 가리고 서 있는 것입니다.
상담을 시작한 뒤에도 비슷한 일은 일어납니다. 중요한 이야기를 꺼내려던 주에 하필 일이 겹치는 식입니다. 그럴 때 저는 왜 못 왔는지보다 그 주에 무엇이 걱정되었는지를 먼저 봅니다. 그것을 알기 전에 억지로 밀어붙이면, 오는 것은 변화가 아니라 조용한 중단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스스로에게 물을 것도 달라집니다. "왜 아직 안 했지"가 아니라 "상담실에 가면 무슨 말이 나올 것 같아서 겁이 났을까". 미루는 것을 이겨내야 할 일로 보면 자기와 싸우는 데서 끝나고, 그것이 무엇을 가리고 있는지 보면 거기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