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원장 윤제학
챗GPT에게 털어놓아도그때뿐이라면
챗GPT가 돌려주는 통찰은 꽤 정확하지만 그때뿐인 경우가 많습니다. 감정은 이해만으로 바뀌기보다, 누군가와 함께 실제로 느끼고 통과하는 경험 속에서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챗GPT 같은 AI에게 먼저 고민을 털어놓다가, 어느 순간 한계를 느끼고 상담을 찾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특히 분석적이고 말이 능숙하며, 문제를 보면 원인을 찾고 해결책을 세우는 데 익숙한 사람에게 이런 흐름이 흔합니다. 판단 없이 듣고 정리된 말로 통찰을 돌려주는 AI가 잘 맞는 상대처럼 느껴지는 것도 자연스럽습니다.
그런데 "그 불안은 통제감을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일 수 있어요" 같은 말은 들을 때만 괜찮습니다. 다음 날 같은 불안이 돌아오고, 또 털어놓고, 비슷한 통찰을 받습니다. 이 반복에서 허탈함이 찾아옵니다.
머리로 "왜 그런지" 알아도 몸은 같은 방식으로 반응합니다. 분석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감정을 실제로 느끼고 통과하는 경험이 일어나지 않아서입니다. 상담실에서는 말하다 목소리가 작아지는 순간, 특정 주제에서 말이 빨라지는 순간을 상담자가 함께 알아채고 거기서 멈춥니다. "지금 그 얘기 하실 때 뭔가 달라지셨어요." 그 순간이 분석보다 많은 것을 움직입니다.
AI가 위로를 못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그 위로는 감정 위에 말을 얹는 것이고, 감정 안으로 함께 들어가는 것과는 다릅니다. "지금 몸에서 뭔가 느껴지세요?" 같은 질문이 어색하게 느껴진다면, 그 방향이 오래 막혀 있던 방향일 가능성이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