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언이 다 맞는 말인데하나도 들어오지 않는다면
맞는 조언이 들어오지 않는 것은 듣는 사람의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아는 일과 겪는 일이 서로 다른 종류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친구들에게 털어놓고 돌아온 조언은 대개 다 맞는 말입니다. 그만두는 게 맞다, 할 말은 해야 한다. 고개를 끄덕이며 듣지만, 밤에 누우면 "다 아는 얘긴데"라는 말만 남습니다. 스스로 정답을 먼저 말해 버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자존감이 낮아서 그렇다, 그만두는 게 맞다는 것도 안다. 그 말은 정확한데, 그 말을 한 사람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조언에는 내용만 아니라 자리가 따라옵니다. 조언하는 사람은 아는 사람의 자리에, 듣는 사람은 아직 모르는 사람의 자리에 놓입니다. 그 말이 맞을수록 반박할 수 없고, 듣는 사람에게 남는 자리는 '알면서도 못 하는 사람'뿐입니다. "맞아요, 근데"는 그 자리에서 빠져나오려는 동작입니다. 좋은 조언이어서 오히려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백여 년 전 프로이트도 환자가 모르는 것을 정확히 알려 주는 것만으로는 거의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같은 말을 서로 다른 장면에서 여러 번 다시 만나는 과정에 '훈습'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예를 들어 "나는 거절을 못 한다"는 것을 오래 알고 있던 사람이 있다고 해 봅시다. 그 말은 늘 맞았지만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일을 떠안겠다고 대답하는 순간 목뒤가 뜨거워지고 주먹이 쥐어지는 것을 처음 알아차립니다. 문장은 전과 같아도, 그때부터 그 말은 자기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겪은 일의 이름이 됩니다.
그래서 저는 순서가 반대라고 봅니다. 먼저 겪고, 그다음에 이미 알던 말이 그 경험을 뒤늦게 알아봅니다. 조언이 쓸모없는 것이 아니라, 그 말이 쓰일 자리가 아직 도착하지 않은 것입니다.